2월 6일부로 필자도 드디어 2년차 개발자가 되었다. 2, 3주년은 몰라도 1주년은 좀 기념할 만한 것 같아 ㅎㅎ… 응애응애에서 응애가 된 기념으로 1년 동안 개발자로서의 나의 삶을 돌아보려 한다.
gpt한테 내 프사 주고 1주년 됐을 때의 모습 그려달라 했더니 그려줬다 ㅋㅋㅋㅋ
사실 회고 같은 걸 잘 안해봐서 그냥 타임라인 별로 생각나는 걸 쓰고, 현재와 미래를 말하며 마무리하겠다.
Timeline
2023 1Q
1분기는 격변의 분기였다. 아마 이 때 내 가치관이 가장 많이 바뀌었을 거라 좀 길다.
아직도 면접 볼 때가 생각나는데, 친구들이랑 캠핑가는 날 면접 일정이 잡혀서 어떡하지… 이거 저번에도 내가 안된다고 해서 일정 옮겼는데 하다가 메일을 자세히 보니 비대면 가능
이라고 써져 있어서 전날에 부랴부랴 새벽까지 면접 준비하고 캠핑장에 도착해서 친구들 장보라고 마트 보내고 카라반 안에서 커튼 닫아놓고 귀걸이 빼고 노트북으로 화상 면접 봤던 게 아른아른 기억난다 ㅋㅋㅋㅋ
회사 처음 왔을 때부터 1주 정도에 딱 내 머리 상태를 표현하자면
온보딩? 그게 뭐지
회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예외없이 oo님 이렇게 부르네 와 신기해
와 맥북이다!
나 첨 써보는데 왜 caps lock으로 한영키를 대신하는거지 원래 한영키 자리에는 이상한 거 있고...
넘 불편하다 usb 포트도 없고... 근데 감성은 ㅇㅈ 이제 윈도우가 게임기으로 보여
아니 회사 식대가 내 2끼 밥값이잖아 미쳤다
심지어 주변에 맛있는 밥집도 엄청 많구나 너무 행복하다 오늘은 뭐 먹을까
아니 나 전에도 사람이 있었는데 수습 기간만 하고 나가셨구나 여기 회사 일 좀 어려운가? 무섭다 ㄷㄷ
슬랙? 첨 써보는데 신기하다 카톡보다 훨씬 편한데? 이모지 졸귀
근데 슬랙 안에서 점심시간 밥 조를 짜주고,
유튜브 링크를 주면 음악을 알아서 재생해주는 걸 개발했다고? 저 사람은 뭐지?
내가 11시 반에 일어나서 30분 동안 휴대폰 보고 헬스장 스멀스멀 기어가고 운동하고 집 와서
밥 다 먹고 게임 좀 하다 이제 뭐 좀 해볼까~ 하면 오후 5시인데... 이 사람들은 진짜 열심히 살고 있었구나...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려면 진짜 열심히 성장해야겠다 ㅠㅠ
다른 건 잘 몰라도 지금 내가 대단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 내가 확실히 성장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미팅에서 내가 말 안하는데도 너무 떨린다 으으
저 사람은 어떻게 컨텍스트가 휙휙 바뀌는거지?
저 많은 사람들의 일주일 치 일을 어떻게 1시간 안에 미팅에서 실시간으로 생각하면서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있는거지?
저 어려운 내용을 듣는 사람의 수준에 그때그때 맞춰서 어떻게 설명을 저렇게 잘 하는거지?
ㅋㅋㅋ 뭐야 진짜
사람들이 다 착하고 둥글둥글하구나 텃세 부리는 사람도 없고 넘 다행이다
테크 세미나? 와 나는 단순히 말만 잘하는 심심이 정도로 생각했는데
chat gpt에게 도구를 쥐어준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는거지? 넘 신기하고 똑똑하다
2월 초에 실습생으로 입사했고, 개발에 대해서 진짜 응애응애였다. 그 전에 좀 혼을 쏟아서 프로젝트를 한 적은 있었지만, 특히 git을 써봤다고 하기 진짜 창피할 만큼 얕게 써봤다. 거의 개인 코드 저장용… git 경험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이때 개발했던 경험 하나로 면접에서 말할 거리가 생겼고, 내가 개발에 대해서 어떤 사람인 지 확실히 어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친구가 하자고 해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그 친구한테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ㅎㅎ… 암튼 1주차인가 2주차에 입사 당시부터 몇 개월 동안 사수 역할을 해주신 카멜레온님께 git merge 관련해서 여쭤본 게 아직도 생각난다. (참고로 생각에 써놓은 저 사람
이 전부 같은 사람, 카멜레온님이다)
이렇게 심각한 응애응애였다 보니 어떻게 하면 내가 이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마음속에서
- 다른 직무 사람들 꺼 보지 말고 나랑 관련 있는 직무들 관련 일에만 관심 가지고
- 그래서 회의나 사람들이 말하는 비즈니스쪽 컨텍스트는 신경을 잘 안 썼고 내 일 얘기에만 집중했다. (그래도 크게 신경 안 썼다 정도이지 당연히 소통에 필요한 정도로는 알아야 했다)
- 그중에서 모르는 용어? 일단은 틱틱에 다 적어
- TickTick이라고 내 안드로이드 폰에서도 지원하고 맥북에서도 지원하면서 연동되는 그때 당시에 내가 찾은 유일한 todo 앱이었다
- 집가면 오늘 틱틱에 적은 거 하나씩 찾아보고
- 너무 어려운 것 같으면 뭔지 알 정도로만
- 좀 이해할 수 있고 내 업무에 관련이 있는 것 같으면 이걸 확실히 이해할 정도로 공부해보자
- 물론 업무가 젤 우선임 당연히 업무 하면서도 대충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인데 좀 보고 싶었던 것들이 생겨서 그런 애들도 다 틱틱에 적었다.
위와 같이 목표를 잡았었다. 신기하게도 생존본능인지 성장을 향한 집념인지 암튼 둘 사이에 어딘가에 있는 동기로 인해서 회사 퇴근하고 피곤하게 집 가서 백수일 때도 그렇게 못 끊던 게임을 안하고 개발 공부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특히 3월달 중순부터 맡은 업무가 인프라 쪽 pulumi 코드 작성하는 업무였는데, 퇴근하고 나서도, 친구들 만나러 지하철 타는데도 이거 어케 해결하지… 하면서 틈틈이 고민하고 많이 찾아보면서 이 기간에 좀 기초를 다진 것 같다.
2023 2Q
2분기는 소통의 분기였다. 회사에서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서버 개발하면서 프론트엔드 분들이랑 많이 소통했고, llm쪽 업무를 맡으면서 ml분들이랑 많이 소통했다.
프론트 분들이랑 소통하면서 뭔가 구조적으로 반복적인 시간 낭비가 서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서 에러 메시지의 통일을 제안했고, 그게 결국 에러 코드의 도입으로 이어졌다. ml분들이랑 협업하는 과정에서 코드 작성을 도와드리거나 프로젝트 팔로업 관련해서 문서로 정리해서 도와드렸던 적이 있었다. 이런 때 감사하게도 협업했던 분들의 좋은 말씀을 들어 뿌듯함을 많이 느꼈다. 뭔가 생애 처음으로 건전한 토의와 대화가, 그것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해당 태스크를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분들이 나와 협업하면서 칭찬해주시는 게 나의 단기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llm 태스크를 맡아서 하게 되었는데, 되게 매력적인 도메인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웃풋이 항상 일정하지 않아서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을 교육시키는? 아니 금쪽이를 구조적으로 교육시켜서 눈에 보이는 아웃풋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느낌이라 너무 재밌었다.
2023 3Q
3분기는 고독의 분기였다. 2분기 때 llm 태스크를 했던 게 발판이 되어, 큰 프로젝트에서 나와 단기적으로 소규모 팀을 꾸려서 팀원들 대다수와 다른 별개의 llm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카멜레온님 옆에서 혹은 어깨 너머로 좀 많이 배웠어서 그분과 떨어지는 게 좀 아쉬웠지만 🤔, 나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말씀에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좋아서 그대로 홀라당 넘어갔다 ㅋㅋㅋ…
아이러니하게도 소규모 팀을 꾸려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협업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했지만, 프로젝트 관련해서 llm 도메인 자체가 프로덕트가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고 정량적인 지표를 내기가 어렵다 보니 프로젝트가 잘 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잘 될 지 등등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고, 뭔가 우리 팀만 그쪽으로 하다 보니 어디 물어볼 사람도 없고 고독하다고 해야 하나… 암튼 그런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백엔드 엔지니어링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용량 트래픽의 병렬 처리 쪽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물론 llm이라는 새로운 도메인에 도전한다는 것은 좋고 재밌엇지만, 저 로망을 잠시 미뤄두고 여기로 가도 될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러한 의문은 4분기때 해소됐다.) 그치만 동료분들이랑 하는 일과는 별개로 친하게 지냈고, 다들 응원을 잘 해주셔서 그때그때 힘이 됐었다.
2023 4Q
4분기는 노동의 분기였다. 다행히 3분기에 시작한 프로젝트가 잘 됐다. 초기부터 팀원 모두의 R&R이 잘 나누어졌고, 단계적으로 목표를 구성해서 팀원 모두와 얼라인하는 시간을 자주 가져서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이뤄냈던 것 같다 🥳.
그 결과 프로젝트를 조금 더 확장하기로 했고, 원래 제공하던 기능을 이어가면서 대규모 구조 변경을 병행해야 했다. 해당 작업은 3주에서 한 달 정도 걸렸는데 중간에 추석이 껴 있었고, 우리 스스로 목표를 잡기는 했었지만 좀 마음이 급했어서 팀원분들 중 한 분인 눈사람님과 추석 때도 서로 pr 올리고 리뷰를 했던 게 기억난다 😰… 송년회 때 회사에서 야근상(재미로 기획된 상이다)을 받았는데 아마 이 기간에 일했던 게 영향이 컸던 듯…
아무튼 이렇게 일을 하면서 3분기부터 가졌던 고민이 심화되었고, 도토리님, 카멜레온님과 원온원을 하면서 고민을 말씀드렸더니 두 분 다 ‘기술을 쫓아가는 것도 좋지만 프로덕트,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개발자가 더 가치 있다’는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굉장히 생략해서 말했지만…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고 뭔가 두 분의 말씀을 듣다보니 이왕 시작한 프로덕트 정말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llm 도메인에서 계속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있고 프로덕트에 적용시킬 수 있는 걸 빨리빨리 적용을 하거나 팀원들에게 소개를 해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게 내가 할 일이 아닐까? (물론 원래 일은 그대로 하면서)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부터 llm 관련해서 리서치를 많이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202401
24년 1월은 하산의 달이었다. 하산 프로젝트라고 도토리님이 동료분들 성장을 위해서 일주일씩 8주동안, 하산당하지 않는 게 (과제 통과를 하는 게) 목표인 과제를 내주시는 게 있다. 필자는 거기서 nlp 과제를 받았다. 참고로 design pattern도 도전했었는데 하산당했다. 동시에 2개 하는 건 너무 욕심이었던 듯…
으으… 안 힘들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모델을 잘못 설계했는데도 모양만 맞으면 에러나는 게 아니므로 디버깅도 너무 어렵고 10시간 돌린 모델 학습 안돼서 The The The The
이러는 거 보면 현타도 좀 왔었고 8주 동안 개인 시간 거의 다 써가며 부랴부랴 했던 것 같다. 그래도 거의 몰랐던 분야였는데 이거 하면서 조금은 눈이 트인 느낌이라서 너무 좋았다.
앞으로는?
대학생 때 내가 꿈꾸던 생활에 확실히 가까워질 수 있도록 발판을 하나 밟은 기분이다. 2023년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고 전환점이 된 한 해였다.
내가 열심히 하는 것 = 내가 성장하는 것 = 남이 성장하는 것 = 모두가 잘 되는 것인 조직을 인생 살면서 처음 느껴봤다. 잠시 3~4분기 때 고민을 했던 만큼 더욱 뭐든 열심히 해볼 예정이다.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하면 성장한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고 1년 후에도, 5년 후에도 그 이후에도 속도는 더뎌지더라도 성장에 있어 정체기는 없도록 하는 게 나의 장기적인 목표다.
nlp 하산 하면서 transformer 쪽 공부 했으니 llm 논문 읽으면서 모델 얘기가 나올 때 뭔 소리 하는지는 이해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앞에서도 다 말한 것 같지만 리서치 열심히 해서 프로덕트에 빨리빨리 적용해볼 생각이다. 솔직히 말하면 좀 간절하다 😆